어머니는 중증장애인, 아버지는 알콜 중독 환자. 그 사실은 어린 이청수(13)군에게 많은 것을 포기하게 했다. 집은 가난했고, 부모의 살가운 정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구한 사연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사소한 방심으로 인해 집에 불이 나자 형편은 더욱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이날 화재로 이군은 큰 화상을 입었고, 집도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탔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막대한 치료비와 ‘돌아갈 곳이 없다’는 사실은 이군에게서 작은 웃음마저 앗아가버렸다. 치료 과정에서 이군의 딱한 사연을 알게 된 병원 측은 치료비 일부를 대는 한편 도움의 손길을 수배했다. 한 푼 두 푼 치료비가 모였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하 어린이재단)에서 새로 이군의 집을 지어줬다. 다시 돌아갈 곳이 생긴 것이다. 그것이 어린이재단 대구지역본부와 푸른병원(대구 남구 대명동)이 처음 만나게 된 계기였다.
“안타까운 사연이요? 많죠. 1년에 10명 정도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14일 만난 푸른병원 김상규 병원장(46)은 기억을 더듬는 듯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푸른병원은 지역의 화상전문병원이다. 그 때문에 다른 병원에 비해 소아 화상환자도 많다. 김 병원장은 “화상은 재활이 중요하기 때문에 회복 기간을 길게 본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상처 치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원래 모습과 기능을 되찾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탓에 치료비가 많이 들지만, 정작 환자들은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결손 가정이나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많단다. 돌봐주는 사람 없이 집에 혼자 있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모순적이죠. 어린아이들은 다시 학교 생활도 해야 하니까 ‘치료 후’가 중요한데 이런 부분의 지원도 잘 안되고 있고요.” 그는 푸른병원에 근무하는 것과 동시에 인근 구세군 어린이집을 찾아 나눔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병원 임직원들도 뜻을 함께 했다. 병원은 남구 유리 어린이집 아동들을 위해 매년 체육대회와 송년회를 여는 한편 아동 후원단체를 찾아 200여만원을 기부하는 것도 거르지 않았다. 이번 해외 빈곤아동을 위한 지원에 참여한 것도 그 신념의 연속이다. 김 병원장은 “병원도 지역사회를 위해 이런 방법으로 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며 “하면 할수록 자신이 기뻐지는 것이 봉사활동인 것 같다”고 웃었다. 이날 푸른병원은 어린이재단이 해외 빈곤 아동에게 자전거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국토대장정 캠페인에 방문해 후원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이 캠페인은 교통 수단이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하는 스리랑카 아동에게 자전거를 후원하기 위한 것으로, 이홍렬 어린이재단 홍보대사를 필두로 국토대장정을 진행하면서 각 지역본부와 연계한 후원금 전달식이 이뤄진다. 후원을 원하는 사람은 어린이재단 대구지역본부(756-9799)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정혜윤 기자 hyeyoon@idaegu.com
사진-14일 동대구역에서 어린이재단 국토대장정 캠페인 참가자들과 대구 푸른병원 관계자들이 출발에 앞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푸른병원은 이날 해외 빈곤아동 자전거 후원금 500만원을 어린이재단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