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9일 오후 경남 창녕군 화왕산 정상에서 열린 정월대보름 억새태우기 행사에 아마추어 사진 동호회 회원으로 참석했다가 화마의 피해를 입은 서모(54. 대구 남구)씨는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온 몸이 떨린다고 회고 했다.
얼굴과 다리 등에 2~3도의 화상을 입은 서 씨는 현재 화상전문 치료기관인 대구 남구에 위치한 푸른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11일 오후 병원에서 본지 기자는 서 씨를 만나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들어 보았다.
-어떻게 창녕 화왕산을 가게 됐는가.
▶아마추어 사진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억새 태우기 행사 현장을 촬영하기 위해 화왕산에 올랐다.
-화왕산 참사 당시 어느 곳에 위치해 있었나.
▶수많은 사람들 맨 앞 배바위 부근 선두에 서 있었으며 방어선이 처진 불과 몇 미터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당시 불길을 피할 길은 전혀 없었나.
▶순식간에 불길이 들이 닥쳤다. 미쳐 피할 사이도 없었으며 한동안 사진 찍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당시에는 위급함을 느끼지 못했다.
-화마가 들이 닥친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나.
▶순간 정신이 없었으며 그 와 중에도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얼굴에 심한 통증을 느껴 인근 본부석에 가서 안전요원에게 치료를 요구했으나 벌써 많은 사람들이 들이 닥쳐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정신없이 산을 내려 와 군부대 차량을 얻어 타고 창녕 시내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병원에도 벌써 많은 환자들이 있어 치료받기를 포기하고 다급한 마음에 얼음찜질을 하며 택시에 몸을 싣고 대구로 와 종합 병원으로 달렸으며 도착한 시간은 밤 9시 30분으로 기억된다.
-현재의 심경은 어떤지
▶아직도 정신이 없다. 결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천재보다는 인재에 가깝다. 오늘 아침 처음 거울을 보았는데 붕대를 찡찡 감은 자신의 모습을 보니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창녕군 관계자가 치료비 등 일체의 경비를 부담하기로 한 만큼 얼굴 등에 흉터가 남지 않도록 치료에 전념하겠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만큼 사망자 등 피해자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하루 빨리 시간이 흘러 악몽 같은 시간에서 벗어나고 싶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이번 참사를 몸소 겪으면서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으며 화왕산에서 창녕 시내 병원까지 들고 온 것은 기억이 나는데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곳에 당시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카메라를 다시 찾고 싶다. 김병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