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8-08 11:56
천사호(1004호)의 바램
 글쓴이 : 천병진
조회 : 6,494  
나는 올해 3월 말 진주의 종합병원에서 응급실 및 구급차 운행업무를 마치고 정년 퇴직을 하였다.
그리고 내가 원하던 자유인의 삶을 위해 미루어 왔던 집안 정리 및 부모님들의 농사일을 도우다가 6월 초순 어느날 오후 수확이 끝난 보릿대 더미를 태우다가 화마의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고 돌풍에 들이닥친 불길에 얼굴, 손등, 무릎, 양쪽 발등에 심한 화상을 입게 되었다.

병원 근무시에는 가끔 화상 환자들을 보면서 힘들어하는 모습과 치유를 향한 고통의 긴 시간들을 봐왔지만 내 자신이 직접 화상을 입은 환자가 되어서는 차마 퇴직했던 병원의 직원들을 대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급한 상황이었지만, 나의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 타 병원의 응급실로 가게 되었다. 응급조치 후 내 모습은 부분 부분 붕대를 감아 놓은 마네킹 같았다.
다음 날 진료 과장님과 붕대를 풀고 본 나의 화상 상처는 내가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로 흉한 모습이었다.
순간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차마 더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진료 과장님의 이어진 말씀이 지금 감각이 없는 곳은 신경에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상처가 나으면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 날이 토요일이었다. 치료의지를 보이는 진료 과장님과는 달리 나는 난감함을 떨칠 수 없었다.

여기서는 안되겠다는 생각과 화상병원으로 가야 되겠다는 마음이었고, 화상은 초기 일주일 이내 치료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자 더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다음날 일요일 임에도 불구하고 진료 과장님에게 사정을 말씀 드리고 간략한 소견서를 받아 화상전문병원인 대구의 푸른병원으로 오후 늦게 도착하게 되었다.

이후 나의 화상상태를 확인한 백진오 과장님을 만나게 되었고, 나의 걱정처럼 화상정도가 심한 상태라 괴사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빠른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설명과 향후 진료 계획을 듣고 동행한 가족들도 마음의 충격을 받았지만,  나를 다시 걷게 해준다는 백진오 과장님의 진료 계획을 믿고 따르기로 했다. 그 후 백진오 과장님의 치료 스케줄과 나의 적응 상태에 따라 몇 차계 수술이 이루어지면서 화상의 무서움과 고통을 겪었지만 다시 걷게 되는 희망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나를 입원만 시켜놓고 돌아가기로 한 계획은 무너져 아내의 24시간 간병이 필요하게 되었다. 또한 아내의 멀쩡한 걸음은 내 두 발에 감은 붕대처럼 내 옆에 꽁꽁 묶이게 되었다. 미안함과 고마움, 내 잘못으로 불편함을 주게 된 것과 나에 대한 질책과 자학의 시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푸른병원에서 나와 같이 어느 날 갑자기 산업현장에서 또, 우리가 생활처럼 겪으며 지내왔던 일상의 일들에서 예상치 않은 크고 작은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는 환자분들을 만날때면 매사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하게 되었다.

이제 '화상' 하면 가장 먼저 뭉크의 절규란 그림이 떠오른다. 고통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가의 초능력적인 예술성 때문일까?
고통이란 겪은 사람만이 느끼는 아픔, 현실로 다가오길 바라지 않지만 불현듯 다가와서는 겪어내야만 지나가는 잊지 못할 아픔, 영혼은 살아있음을 다행으로 여기는 희망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제 50 여 일의 고통을 겪고 백진오 과장님의 치료 목적인 원래대로 걷게 하기 위한 열정과 진심과 정성의 첫걸음을
걷게 된 순간 감사의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동안 진료에 대한 회의와 갈등, 숱하게 일어났던 절망과 포기로부터 깨끗하게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모든 환자를 대하는 열정과 정성, 변함없는 진심인 백진오 과장님의 사랑은 휴먼 그 자체이다.

나는 이제 마지막 자가 피부이식수술을 마치고 며칠간 걷던 걸음을 다시 침대 위로 올리고는 곧 다가올 완치의 기쁨과 뜻하지 않은 중년 아내의 두 달동안의 산고를 겪고 다시 태어난 남편으로, 첫 걸음의 환희를 위해 조용한 기다림 속에서 이 글을 쓴다.

대구 화상전문병원인 푸른병원 천사호의 화상환자인 기억과 인연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
매일 같이 나의 혈압과 체온을 돌봐준 정혜연, 황은하 간호사. 그리고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주신 구본심, 백영임, 최지영, 황지현, 임보희 간호사님의 관심과 임순현, 박지은, 김민경, 김빛남 간호사님의 정성어린 보살핌, 그리고 내가 가장 마음속으로 좋아했던 한국의 조용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김미란 간호사님까지 13분의 천사호 천사들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만난 또 하나의 인연의 사람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불씨의 화상을 입고 볼품없는 환자의 모습이었지만 나는 화성으로 가는 로켓 속에서 푸른 환상을 꿈꾸는 인연을 만난 일을 잊을 수 없다.
어쩌면 내 몸은 나아서 고향 진주로 돌아가지만, 내 영혼은 진심으로 빛나는 푸른 별이 되어 대구의 밤 하늘에 영원토록 남아 있을 것 같다. 천사의 바램처럼 다시 만나게 될 인연을 위하여 ...

그 동안 푸른병원의 환우로 만나 아픔을 공유했던 환자분들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바라며 환자분들의 완치를 위해 애쓰시는 푸른병원 임직원 및 치료실 근무자 분들과 병원 간호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올립니다.
[이 게시물은 푸른병원님에 의해 2019-03-20 14:02:16 고객의소리에서 이동 됨]

푸른병원 17-08-17 10:09
답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최선의 진료로 정성을 다하여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푸른병원이 되겠습니다.^^